중국의 지방재정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국 광시성 공안청 요금 미납으로 전기를 끊겠다는 통지서가 날아든 것인데요. 공안청은 우리나라의 경찰청을 의미합니다. 경찰청이 요금 9천만 원을 미납한 이유로 전기를 끊겠다는 통지서가 온 것인데요.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 테지만 지방정부가 그만큼 돈이 워낙 없다는 뜻이겠지요.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몇 달째 월급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추운 동북 3성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해주던 보조금 지급을 못해주다 보니 영하 30~40도의 추운 날씨임에도 가스공급을 끊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2021년 기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는 GDP의 46% 정도입니다. 일본이 260% 미국이 130% 인 것에 비하면 아주 적은수치 이지만 믿을 만한 정보는 아니죠.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수치 이외에 중국에는 숨겨진 부채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LGFV(중국지방정부 융자기구- Local Goverment Financing Vehicles, LGFV)입니다.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막대한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채무에서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중국 국영기업의 부채까지 더하면 GDP의 240% ~ 260% 까지 되는 것으로 추축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단계가 높았던 그리스가 GDP의 200% 수준으로 국가부도를 선언했는데 중국의 240% ~ 260%의 수준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죠.
루치르 샤르마 모건 스탠리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이나 IMF에서는 부채 규모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부채가 늘어났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는데요. 연구에서는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국가부도, 금융위기의 심각한 위기를 겪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2008년 이후 13년 동안 지방부채가 4배가 넘게 뛰었습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지방부채가 많아졌을까요?
첫번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2008년 이전 부채문제에 대해 건전했던 중국은 이전까지의 전략 (도광양회: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을 수정하고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며 경제 성장전략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대표되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경제 성장률로 성적표를 매기던 중앙정부 평가기준 덕에 지방관료는 출세를 위해 과도한 빚을 지기 시작했고 재무건전성보다는 자기 임기에만 이 문제가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요행으로 지방재정을 운영해 왔습니다.
세 번째, 부동산입니다. 토지 사유화가 안 되는 중국은 주택지는 70년 빌려주며 토지 사용료를 받는데 최근 40년 동안 부동산은 폭등의 연속이었고 지방정부는 땅장사로 잇속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땅장사로 지방세수의 40%~60% 까지 충당하다가 최근 1년 반사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하다 보니 '구이청'이라고 하는 유령도시가 생겨날 지경입니다.
네 번째는 코로나 영향입니다. 최근 3년간 진행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일상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용을 지방정부가 감당하면서 재정여력이 바닥이 났습니다. 대표 부자 지역인 광둥성만 해도 지난해 공공예산 중 보건분야에만 2075억 위한(약 39조 5700억 원)을 썼습니다.
이러한 지방부채는 현재 금융으로 점차 전이 되고 있습니다. 1월 구이저우성 쭌이시 산하 국유기업인 쭌이도로교각건설이 156억 위안(약 2조 9750억 원) 대출 상환기간을 20년으로 늘린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보통 은행대출 상환기간은 3년을 연장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첫 10년은 이자만, 이후 10년간 원금 분할 상환으로 이자율도 기존 7%에서 3~4.5%로 깎았다고 하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저개발 지역 내 대출기관은 파산할 수도 있다" 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이러한 금융부실 경고등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을 독려해 지난해 보다 50% 추가한 2조 1900억 위안(약 417조 6110억 원)을 승인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부채가 온전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파산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분명 중국은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고 막대한 보조금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여주던 방식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실리적인 외교정책과 보조금 정책으로 일관하던 중국 기업과의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약진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정책당국의 유효 적절한 위기대응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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