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티베트와 한국의 엇갈린 운명
1950년 6월 25일 대한민국에서 6.25 전쟁이 터졌을 때 미국을 포함한 모든 서방의 관심이 한국에 몰려있을 때 이틈을 타 모택동의 중공군은 1950년 10월 7일 티베트를 침공합니다.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립구도 각이 세워졌던 한국전쟁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을 때여서 티베트의 침공을 세계는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티베트와 한국의 운명은 절묘하게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티베트는 대대로 왕이 중국의 책봉을 받았고 조공을 바쳤으니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18세기 초 청나라가 티베트를 점령하면서 중국의 땅이 되었다가 20세기들어 청이 멸망하고 서구 열강과 일본이 침략하는 혼란한 틈을 타 중국의 여러 지역이 독립을 선언하며 분열되었을 때 티베트도 독립하게 됩니다. 그러니 일본 및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정예병 4만 명으로 8000명의 티베트를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고 당연히 중국 땅이라 생각하고 침략을 정당화하죠.
티베는 온 나라가 산악지형으로 8천 미터 이상 봉우리가 5곳, 7천 미터 이상인 곳이 70여 곳, 6천 미터 이상인 곳은 수없이 많은데 이런 척박한 티베트를 모택동은 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년 만에 서둘러 차지하려고 한 걸까요? 특별한 보물이 숨겨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걸까요?
2. 지정학적인 이유
중국이 흔히 말하는 하나의 중국은 청나라 때 만들어진 지역 경계선과 일치하고 그 지역을 고수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몽골과 신장 위구르, 동북지역과 티베트를 중국에 통합시킨 것이죠.
만약 러시아 중국을 침략하려면 동토의 땅과 사막지형인 내몽골과 동북지역을 거쳐야 합니다. 거리와 규모면에서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는 완충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또한 평지라서 멀리서도 군사이동의 움직임 간파가 쉬운 지역이죠.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지역 간 거리가 길어지면 군수문제가 항상 대두됩니다.
신장위구르 지역은 서쪽에 침략하는 이슬람세력을 막아주는 완충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파미루공원, 텐산산맥, 힌두쿠시 산맥, 쿤룬 산맥등으로 엄청난 고지대를 넘어야 하므로 쉽지 않습니다.
티베트는 인도와의 완충지이고 히말라야 산맥이 버티고 있어 대군의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중국의 남쪽은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밀림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군을 멈추게 하고 미군이 홀린 듯 그로기에 빠진 밀림지역과 산맥이 버티고 있습니다.
오히려 동쪽의 바다가 중국의 약점인데요. 오랜 세월 아시아의 제왕을 자처하던 중국은 바다를 등한시했고 만리장성 없는 바다는 청나라 당시 서방의 침략으로 큰 교훈을 얻어 지금은 해군력에 몰빵하고 있는 상황이죠.
3. 국가 안보상의 이유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다투는데 중요한 걸림돌이 되는 국가는 인도입니다. 국토 면적으로 보나 인구로 보나 인도는 상대하기 껄끄러운 대상임에는 틀림없죠.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임시 정부가 인도에 들어 설만큼 티베트는 친 인도적 국가인데 만약 독립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중국은 바로 인도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티베트가 그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거죠. 만약 티베트에 미군기지나 레이더기지가 들어서면 중국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4. 아시아의 수원지
티베트는 중국을 가로지르는 황화와 장강의 발원지이며 동남아에서 가장 중요한 메콩강,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갠지스강, 파키스탄에서 가장 중요한 인더스강도 티베트가 발원지입니다.
이들 발원지에서 나온 유역을 따라 살아가는 인간이 20억 명이라고 추산되니 얼마나 중요할지 가늠이 될 것입니다.
현재 기후이상으로 히말라야 산맥과 만년설이 녹고 있다고 하니 장래에 아시아의 식수 문제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세계는 티베트의 문제를 단순히 인권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티베트를 포기한다는 것은 공산정권의 몰락이라는 걸 아는 중국은 알고 있습니다.
5. 도미노 현상
티베트는 역사적, 민족적, 종교적으로 중국과 하나가 되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중국 면적의 8분의 1이나 되는 저 큰 면적이 독립하게 되면 다른 자치구와 병합한 지역까지도 들고 일어설 것이며 그 면적이 4분의 1에 해당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티베트와 유사하게 중국과 동화되기 어려운 신장 위구르 지역 자치구까지 독립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독립 열풍은 내몽골과 50여 개 소수민족에게 불이 번질 것이며 중국 해체로 결말이 이어지져. 마치 소련이나 유고 슬라비아 해체 독립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티베트가 그 폭탄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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