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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이 - 한국 SF 장르를 개척하는 연상호 감독의 도전작

by 단석비후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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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포스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영화 '정이'를 보았다.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종말을 앞두고 있고 우주를 개발해 그곳을 쉘터로 삶의 터전으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내전이 발생하였고 전쟁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윤정이 팀장의 뇌를 복제하여 가장 강력한 전투로봇 AI를 만들고자 한다.

전투하는 정이

서현은 뇌과학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있으며 정이의 딸이다. 정이는 서현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고 가장 중요했던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돈이 없었던 정이 유족은 정이의 뇌를 자유롭게 복제 가능하도록 C 타입으로 설정하도록 설득한다.

어린시절 서현

이렇게 설정된 정이는 시뮬레이션에 따라 뇌의 반응 구역을 살피는 연구자료로 활용된다. 계속되는 전투 시뮬레이션의 실패로 인해 연구소장은 다양한 실험을 요구하는데 다리에 총상을 입힌다든지 아니면 팔을 절단한다든지 하는 잔혹한 시뮬레이션 말이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전투하는 정이

비록 AI 로봇이지만 어머니의 형상을 본뜬 로봇에게 가혹한 실험과 연구를 하는 서현은 맘이 편치 않다.

정이의 딸 서현

이런 서현의 심리를 자극하는 일이 발생하였으니 그건 바로 서현의 병이었다. 비록 엄마는 서현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의미 없게도 서현은 이제 석 달의 시한부가 주어졌다. 기계적인 몸과 뇌복제가 가능한 시대이긴 해도 돈이 문제였다. 서현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엄마와 같은 C타입 설정이 현실적인 선택일 뿐이다. 그 말은 자신또한 어머니와 같은 고통을 겪는 AI로 변해야만 하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장 상훈
위협하는 상훈

이러한 상황속에서 연구소장 상훈은 극한의 설정을 시뮬레이션에 부과하고 극한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영역에서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전투력이 생성되는 것을 목격한다. 그 미지의 영역을 어떻게 활성화하는지가 문제의 관건이었지만 회장은 전쟁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전투 AI 보다는 다른 상품으로의 전환을 서현에게 제시한다. 회장을 본떠 만든 AI로봇이었던 연구소장 상훈은 정이 프로젝트가 폐기되기 전에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연상호 감독
촬영모습

유족들이 선택한 C 타입 설정 때문에 나중에 한 연구원은 옷을 벗긴 정이 팀장의 섹스 로봇 AI 상품화 가능성까지 실험하는 일이 생긴다. 서현은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을 방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정이를 탈출시키로자 한다. 서현은 정이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고 정이가 온전한 사람으로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정이에게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설명하고 탈출하도록 도와준다.

이를 눈치챈 상훈은 경찰 로봇을 불러들이고 정이를 제압하려고 하지만 서현의 도움을 받아 정이는 상훈을 파괴하고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정이 팀장과 결투하던 로봇

우리나라의 SF 장르의 도전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정이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처럼 뛰어나다고 절대 말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경험 하나하나가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그러한 진척의 뛴 걸음이 보이고 있다. SF 라 하면 눈요기에 가까운 현혹 할 만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는 것이 다반사이나 그러한 측면에서 연상호 감독의 이 영화는 자극적인 요소가 적다. 아니 서정적이고 고요하다. 액션보다는 가족의 의미와 인간의 존엄성을 더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생이 가능한 미래에서도 돈이 없으면 영생의 가치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선택한 C타입은 자녀의 학자금이나 생활비가 주어진 다지만 정이는 총에 맞고 팔이 절단되는 고통을 수도 없이 겪어야 한다. 사실 이 결정도 유족들의 결정이었지 정이의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정이가 결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서현을 위해 정이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을 것이라는 사실 자체가 슬프게 만든다. 이런 정이에게 인간의 존엄성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나만의 편견이었을까?

김현주의 변신

SF를 개척하는 시점에서의 연출과 각본도 많이 미흡해 보인다. 단지 고 강수연 배우의 유작으로 기억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아이로봇이나 엘리시움 그리고 알리타 까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보고 느꼈던 장면이 짜깁기한 것 같아 못내 아쉬운 영화다. 제한된 공간설정과 적은 수의 배우들이 영화를 더 단조롭게 한 경향도 있다. 

하지만 상훈과 경찰로봇의 격투씬에서 영화 수준이 많이 근접했고 이후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엔 충분하다.

결국 정이 탈출에 성공에 산 위에 우뚝 선 모습은 2편을 조용히 암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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