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의 정보
영어 제목 : Decision to leave
국가 : 한국
제작 : 모호 필름
배급 : CJ ENM
감독 : 박찬욱
각본 : 정서경, 박찬욱
출연진 :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박용우, 고경표, 김신영, 정영숙, 유승목, 박정민, 서현우, 정이서, 이학주
로튼토마토 평정 : 신선도 94%, 팝콘 88%
2. 용의자와 형사
산 정상에서 추락한 남자의 변사 사건이 발생한다. 담당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와 마주하게 되지만 경찰은 남편의 죽음 앞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태도와 다른 서래를 용의 선상에 둔다. 그리고 해준은 사건 당일 서래의 알리바이를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에 대해 알아가고 이 과정에서 서래에 대한 자신의 관심이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형사 해준은 아내로부터 살인과 폭력이 있어야 기쁜 남자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사건에 진심인 형사다. 서래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지만 추방될 수 도 있다는 사실에 신고할 수 없었고 오히려 잠복수사를 해온 해준의 존재가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덤덤하게 삶을 살아온 서래의 곁을 맴도는 그 무엇이 되고 있었다.
서래는 매주 월요일 할머니를 보살피러 가는 사실 때문에 결국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지만 해준은 그녀가 자리를 비운사이 서래 대신 할머니를 보살피러 갔다가 휴대전화에서 서래가 등산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만 모른 척해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해준은 우연히 이포로 이사 온 서래와 마주하고 남편 임호신을 소개한다. 이후 남편 호신이 사망하고 그녀가 살인범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진범은 다른 사람이었다. 해준이 죄책감을 느끼는 도중 서래는 이전에 해준이 건네준 휴대전화를 돌려준다. 그리고 결국 서래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깊은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죽는 최후를 선택한다
3. 왜 그랬을까?
헤어질 결심의 결말은 해준이 찾지 못하는 미결 사건이 되기로 한 서래의 행동과 그런 서래를 찾기 위해 고함지르는 해준의 처절함이 인상적인 영화다.
처음에는 사망자의 아내와 형사와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영화이지만 나중에는 딱히 무엇으로 정의하기 힘든 둘의 사랑으로 감정이 전이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다소 자극적인 장면이 많았던 이전의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상대와의 이별을 위해 헤어질 결심까지 해야만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순히 육체적이라거나 이런 감정이다라고 정의하기 힘들게 만든다.
절벽 끝이 위험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서는 모습에서는 목숨을 맡긴 사랑이라고 할 수 있고 해준은 138층에 오른 서래의 증거인 핸드폰을 호미산 아래도 던져버린 것도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
영화 후반에는 서래가 해변에 도착해 꽂혀있던 막대를 뽑고 구덩이를 파는데요. 미리 죽을 장소를 정해둔 느낌을 줍니다. 또 중국에서부터 가져왔을 엄마와 할아버지의 유골함을 이제야 산에 뿌리는 모습에서도 서래는 자신의 생을 정리하는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중국에서 의지의 대상이었던 엄마가 죽고 간신히 한국의 할아버지의 산을 찾아 왔는데 오히려 기도수에게 얽매이고 폭력을 당하는 삶에서 자살충동은 계속해서 일어났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친절한 형사 해준에게서 삶의 의지를 얻어 냅니다. 하지만 남편에게 그 녹음이 들키면서 자신의 존재가 해준을 위협할 상황이 되자 그 위태로운 요소들 마저 자신의 힘으로 없애기로 한 것 같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묻기로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미결이 되어 남고자 하는 서래의 마음은 상대가 나로 인해 품위를 잃길 바라진 않지만 동시에 상대를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봐 달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국말이 어려웠을 텐데 관객이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던 언어소통 능력도 대단했고, 사랑을 고백하지 않아도 직접 이별을 말하지 않아도 그 감정이 이해되는 특이한 영화였다. 흥행에는 대단한 소득이 없었더라도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 <박쥐>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박찬욱 감독은 마침내 박해일과 탕웨이라는 특이한 조합으로 상상 이상의 기대작을 만들었고 칸 영화제 감독상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죽은 남자의 아내와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라는 조합이 다소 의외지만 이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선들은 다른 영화에서는 쉽게 찾아보지 못한 생소함과 신선함이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시길 권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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