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 블루 아이 삶과 죽음의 모호함

1. 웨스트포인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페일 블루 아이(The Pale Blue Eye)는 크리스천 베일이 출연했고 스콧 쿠퍼 감독이 제작했다.

배경은 1830년. 미국의 육군 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뉴욕의 유명한 탐정으로 명성을 떨치던 아우구스투스 랜더. 사건을 맡아야 할지 난색을 표하던 랜더였지만 침묵규정을 가진 웨스트포인트에서 수사를 하기에는 랜더만 한 탐정은 없다.

처음에는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면에 닿아 있는 발끝,  후두부를 강타한 흔적 그리고 이후 사라져 버린 심장은 이 사건이 타살이며 범인을 찾아야 하는 쪽으로 변한다. 조사에 난항을 겪던 중 애드가 엘런 포(실제인물 포는 웨스트포인트에서 퇴학당한 이력이 있다)는 죽은 프라이의 행적을 살피며 주인공과 살인사건을 파헤친다.

죽은 프라이의 손아귀에서 쪽지를 발견한 랜더는 포에게 암호해독을 주문한다. 이후 소와 양의 심장이 도려내어지게 되고 다른 생도의 죽음까지 번지자 웨스트포인트는 혼란에 빠진다.

악마 숭배 의식이 벌여진 현장에서 범인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베테랑 탐정 랜더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출처 네이버

2. 사건해결

결국 랜더는 웨스트포인트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해 낸다. 이 모든 사건은 군의관 마퀴스의 가족 딸 리아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군의관은 사실을 알면서 방관했고 그의 아들과 부인은 악마 숭배를 도와 심장을 도려냈다. 리아의 간질을 고치기 위해서는 악마를 숭배했던 리클레르의 악마의 화법이라는 종교적 의식 때문이었다. 죽은 프라이의 심장을 꺼냈고 마지막 희생자를 애드가 앨런 포를 희생 삼아 심장을 꺼내려했음을 현장에서 발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심장에 칼을 꼽으려는 순간 랜더가 등장해 포는 생명을 건지고 화재로 인해 마퀴스의 아들과 딸이 화염에 싸이면서 사건은 종결된다.

 

3. 감춰진 진실과 모호함

사실 영화는 이제부터가 반전이다. 사건 종결 후 포가 랜더를 찾아온다. 랜더가 프라이의 손아귀에서 빼낸 쪽지가 랜더의 필체와 동일함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다면 쪽지도 랜더가 썼다는 말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

사건이전 랜더에게는 사랑스러운 딸 매티가 있었다. 웨스트포인트에서 무도회가 있던 날 생도 3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생도 중 한 명의 목걸이를 가지고 돌아온 것이었다. 혼란스러워하던 딸은 절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랜더가 복수를 다짐한 것이다. 목걸이에 적힌 이름은 바로 프라이. 랜더가 프라이의 머리를 가격하고 나무에 목을 매 숨지게 한 것.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목격자 생도에게 발각되어 복수가 틀어지는 듯했으나 악마 숭배 의식을 하려던 마퀴스 자녀들 덕에 복수할 명분이 계속된 것이다. 프라이의 머리를 내리쳤던 무기를 개울가에서 씻던 장면이 바로 범행을 저지른 랜더의 첫 장면이었던 것이다. 랜더는 프라이의 엄마에게 전달된 일기장을 통해 공범과 악마 숭배 의식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공범을 죽이고 거세까지 한 랜더. 나머지 세 번째 공범은 사실을 눈치채고 웨스트포인트를 탈영해 도망가 버린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의 고통을 살게 하는 방식을 선사한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안 포는 사실을 눈감아 준다. 딸이 죽음에 복수를 꿈꾼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렸던 것일까?

의술이 발달하지 않은 1830년대. 의사였지만 병에 걸린 딸의 치료를 위해 악마 숭배까지 받아들여야 했던 과학자의 이중 잣대가 보인다. 군의관의 선택은 결국 사랑이 아닌 더러운 욕망에 불과했다. 결국 두 자녀가 그 희생이 됐으니 이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랜더 역시 딸의 원한을 풀어준다 하지만 두 명을 살해했으니 그의 사랑 역시 위선으로 타락했다.

랜더와 군의관 모두 사랑과 죽음의 경계선상에서 모호함을 취한다. 일찍 엄마를 잃은 포는 엄마와 소통했다는 점도 삶과 죽음이 모호하다. 랜더에게 전부였던 딸의 죽음도 랜더의 일상에선 환영으로 나타나는 등의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선 상에 모호함이 보인다.

복수가 모두 끝났다고 여긴 랜더는 딸이 죽은 절벽 끝자락에서 딸의 옷깃을 바람에 날리며 끝이 난다.

애드가 엘런 포가 이런 말을 했다.

'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는 희미하고 모호할 뿐이다. 누가 삶의 종점과 죽음의 출발점을 장담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