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 임대차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숫자가 "3기" 입니다.
- "3개월 연속으로 밀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
- "밀렸다가 다 갚았으니 괜찮은 거죠?"
- "두 달 밀리고 한 달 내고 또 밀렸는데, 연속이 아니니까 세이프 아닌가요?"
전부 틀렸습니다. 그리고 이 오해 때문에 권리금 수천만 원을 날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대법원이 2021년에 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임대차 기간 중 단 한 번이라도 밀린 월세가 3개월치에 도달한 적이 있으면, 그 후에 전부 갚았더라도 임대인은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3기'는 3개월 연속이 아닙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기(期)'는 차임 지급 주기 1회분입니다. 월세라면 1기 = 1개월치입니다. 그래서 "3기의 차임액"은 월세 3개월치 금액을 말합니다.
핵심은 연속이 아니라 금액이라는 점입니다. 법은 "3개월 연속 연체"라고 쓰지 않고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 라고 씁니다. 밀린 돈을 다 합쳐서 월세 3개월치가 되는 순간을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월세가 200만 원이라면:
| 1월 안 냄 | 200만 | ❌ |
| 2월 안 냄 | 400만 | ❌ |
| 3월 안 냄 | 600만 | ✅ 도달 |
띄엄띄엄 밀려도 똑같습니다:
| 1월 안 냄 | 200만 | ❌ |
| 2월 정상 납부 | 200만 | ❌ |
| 3월 안 냄 | 400만 | ❌ |
| 4월 정상 납부 | 400만 | ❌ |
| 5월 안 냄 | 600만 | ✅ 도달 |
"연속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말이 왜 틀렸는지 보이실 겁니다. 통틀어서 3개월치에 이르면 그 순간 요건이 충족됩니다.
일부만 내도 쌓입니다. 월세 200만 원인데 매달 170만 원만 냈다면, 매달 30만 원씩 쌓입니다. 이게 600만 원이 되는 데는 20개월이 걸리겠지만, 도달하면 똑같이 3기입니다.
여기가 진짜 중요합니다 — 해지와 갱신거절은 다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는 3기 연체가 두 군데 나옵니다. 그런데 문구가 미묘하게 다르고, 그 차이가 결과를 완전히 바꿉니다.
① 계약 해지 (제10조의8)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② 갱신 거절 (제10조 제1항 제1호)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차이가 보이시나요? 하나는 "달하는 때", 다른 하나는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 해지는 지금 현재 3기가 밀려 있어야 합니다. 밀렸다가 다 갚으면 해지 사유는 사라집니다.
- 갱신 거절은 과거에 한 번이라도 3기에 도달한 적이 있으면 됩니다. 다 갚아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결 — "갚아도 소용없다"
이 쟁점을 대법원이 못 박았습니다. 대법원 2021. 5. 13. 선고 2020다255429 판결입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135만 원짜리 상가였습니다. 임차인이 계약 기간 중 3개월치 월세를 연체했다가, 나중에 일부를 갚았습니다. 임대인은 그때 해지하지 않았고요.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했습니다. 임대인은 "과거에 3기 연체한 적이 있다" 며 거절하고 상가를 비우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임차인의 주장은 상식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밀린 게 없는데요?"
1심, 2심, 대법원 모두 임대인의 손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임대차계약관계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므로, 종전 임대차기간에 차임을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계약관계가 연장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임대차기간 중 어느 때라도 차임이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된 사실이 있다면 그 임차인과의 계약관계 연장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의 신뢰가 깨어졌으므로 임대인은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반드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당시에 3기분에 이르는 차임이 연체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신뢰가 깨진 사실 자체가 남는다" 는 겁니다. 돈을 갚는다고 그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진짜 무서운 건 권리금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갱신 못 하는 거네" 정도로 들립니다. 그런데 상가 임차인에게 더 큰 타격은 따로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도 같이 날아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보호합니다. 그런데 이 조항에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있으면 보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각 호의 1호가 바로 3기 차임 연체입니다.
즉 3기 연체 전력이 있으면:
- 갱신 요구 — 거절당합니다
-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 받지 못합니다
인테리어에 1억을 쓰고 단골을 5년간 쌓았어도, 과거에 월세가 3개월치 밀린 적이 있으면 그 가치를 회수할 법적 보호 장치가 사라집니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없어집니다.
월세 몇 백만 원 밀린 대가가 권리금 수천만 원인 셈입니다.
임차인이 알아야 할 것
1. 3기에 '도달'하는 순간을 피하십시오
2기까지는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3기에 도달하는 그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선이라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자금이 어려우면 전액 미납보다 일부라도 납부해서 누적액이 3기 선에 닿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2. 코로나 특례 기간이 있습니다
제10조의9에 임시 특례가 있습니다. 2020년 9월 29일부터 6개월까지의 기간 동안 연체한 차임액은 갱신 거절 사유, 해지 사유, 권리금 회수기회 제한 판단에서 차임연체액으로 보지 않습니다.
해당 기간에 걸쳐 있는 분이라면 그 6개월분을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다만 이 기간을 공제하고도 3기가 넘으면 똑같이 적용됩니다.
3. 이미 전력이 있다면
갱신 요구가 거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료를 기다리지 말고 미리 움직이십시오.
- 임대인과 재계약을 협의 (갱신요구권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새 계약)
- 권리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양도 시점을 앞당기는 것도 검토
- 만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가 권리금 주선 가능 기간이라는 점 유의
4. 영수증과 입금 내역을 보관하십시오
나중에 "3기 연체한 적 있다"는 주장이 나올 때, 언제 얼마를 냈는지 입증할 자료가 있느냐가 결론을 가릅니다. 계좌 이체 내역을 지우지 마십시오.
임대인이 알아야 할 것
1. 해지하려면 '현재' 3기가 밀려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3기 연체 전력이 있어도, 임차인이 다 갚아 지금 연체가 없으면 해지는 불가능합니다. 채무불이행 상태가 해소됐기 때문입니다.
해지와 갱신 거절을 혼동해서 섣불리 해지 통보를 하면 오히려 분쟁이 커집니다.
2. 갱신 거절은 전력만으로 가능합니다
반대로 갱신 거절은 전력만 있으면 됩니다. 다만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월별 입금 내역
- 독촉 내용증명이나 문자
- 연체 사실을 확인한 서면
구두로 "그때 밀렸잖아요"는 다툼이 생기면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3. 갱신 거절 통지 시기를 지키십시오
임차인은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이 기간에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이 되어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1년이 더 갑니다.
사유가 있어도 타이밍을 놓치면 소용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3개월 연속으로 밀려야 하나요?
아닙니다. 띄엄띄엄 밀려도 누적 금액이 월세 3개월치에 이르면 요건이 충족됩니다.
Q. 밀린 월세를 전부 갚았는데도 갱신이 거절되나요?
네. 갱신 거절 사유는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이므로 갚아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2021년에 확정한 해석입니다.
Q. 그럼 평생 따라다니나요?
판례는 "종전 임대차기간에" 연체한 사실을 기준으로 봅니다. 다만 개별 사안에서 어느 범위까지 소급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이 필요합니다.
Q. 주택도 똑같나요?
기준이 다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기입니다. 월세 2개월치에 이르면 동일한 효과가 발생합니다.
Q. 관리비를 안 낸 것도 차임 연체인가요?
관리비는 원칙적으로 차임과 별개입니다. 다만 계약서에서 관리비를 차임에 포함시켜 정했다면 달라질 수 있으니 계약서 문구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Q. 보증금에서 까면 되는 거 아닌가요?
보증금이 남아 있어도 연체는 연체입니다. 보증금은 임대차 종료 시 정산되는 담보일 뿐, 연체 사실 자체를 없애주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정리
| 문구 | 3기에 달하는 때 | 3기에 이르도록 연체한 사실 |
| 기준 시점 | 현재 연체 상태 | 과거 전력 |
| 갚으면? | 사유 소멸 | 소멸하지 않음 |
| 권리금 보호 | — | 함께 상실 |
월세 연체는 돈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기회라는 두 개의 권리가 동시에 걸려 있습니다.
사정이 어려워 월세가 밀릴 것 같다면, 혼자 버티지 말고 임대인과 미리 협의해 분할 납부나 유예를 서면으로 정리해 두십시오. 그 기록이 나중에 신뢰 관계를 다투는 자리에서 유일한 방패가 됩니다.
관련해서 상가 권리금 양수도 계약 체크리스트
2026.09.28 - [부동산 관련/상가 권리금] - 상가 권리금 양수도 계약 체크리스트
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분쟁 시에는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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