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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마더 - 뒤틀린 모성애가 낳은 비극

by 단석비후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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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1. 무조건적인 마더의 사랑

어느 시골 마을 조그만 약재상. 혜자는 약초를 작두질하면서도 불안한 듯 밖에서 놀고 있는 아들 도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다 갑자기 차 한 대가 위험천만하게도 도준을 위협하자 놀란 혜자는 가게를 뛰쳐나와 다치진 않았는지 확인을 한다. 도준은 친구 진태와 뺑소니 차량을 쫓아 골프장까지 오게 되고 라운딩 중이던 뺑소니범들을 습격해 두들겨 팬다. 이 일은 형사 제문의 중재로 사건이 일단락되지만 진태가 차량 백미러를 망가뜨린 것을 도준에게 전가하는 바람에 도준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물어주게 된다.

 

며칠 후 도준은 시내에 갔다가 술을 먹고 골목길을 가다 여고생 문아정을 보고 겁에 질린 문아정은 도망치듯 내뺀다. 아정에게 추근대며 말은 걸자 돌까지 던지며 도준을 위협하자 당황한 도준은 집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여고생 문아정은 도준과 실랑이하던 건물 옥상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도준은 문아정을 죽인 용의자가 된다. 아들을 아끼는 혜자는 친구 진태가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진태 집에서 잠복한다. 잠복중 술집여자 미나와의 성관계 장면을 목격하고 피 묻은 골프채를 경찰에 제시하지만 피가 아닌 립스틱 자국이었던 것이 밝혀진다.

혜자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문아정의 핸드폰에 원조교제를 하며 찍은 사진이 있음을 알고 진태를 시켜 치매에 걸린 문아정의 할머니에게 핸드폰을 받아낸다. 이때 도준은 살인사건이 나던 날 건물 안에 있던 중년 남성의 얼굴을 기억해 내고 문아정의 핸드폰에서 그가 봤던 고물상의 얼굴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사실 문아정이 바보라고 한말에 흥분한 도준이 문아정을 해친 것이었고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혜자와 도준은 고물상을 해치고 방화 후 도주한다. 이후 문아정의 피가 검출된 이웃 마을 지적 장애인 종팔이 새로운 범인으로 지목되고 석방된  도준은 새로 차를 뽑은 진태, 미나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다 혜자가 두고 간 침통을 발견한다. 하지만 도준과 혜자는 진실을 숨긴 채 관광버스에 춤을 추며 끝을 맺는다.

 

2. 진실의 침묵

영화 곳곳에서는 진실을 덮고 침묵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경찰은 도준을 대신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종팔을 진범으로 검거하지만 마더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입을 닫는다. 또한 도준이 자신이 시체를 옥상에 올려놓은 이유를 떠들어 대는데 이미 아들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 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질 만도 한데 이내 모른 척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문아정이 종종 코피를 자주 흘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할까 봐 침묵하게 되고 오히려 종팔이 체포되는데 도준이 풀려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마더와 저녁을 먹는 장면도 서늘한 느낌을 줍니다.

3. 뒤틀린 모성애가 낳은 비극

이미 마더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문아정이 바보라고 놀리던 말에 흥분한 도준에게 돌을 던지자 바보처럼 당하지만 말고 반드시 갚아주라는 평소 마더의 말처럼 그는 응징한 것입니다. 흔히들 맞고 오는 자녀가 좋은지, 때리고 오는 자녀가 좋은지 선택하라고 할 때 흔히들 선택하는 답안지처럼 미숙한 도준에게는 그 정도의 가늠이 어려웠던 탓일 겁니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범행은 응당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엄마의 뒤틀린 모성애가 더 모진 비극을 만든 셈입니다. 종팔이 범인으로 몰렸고 고물상이 죽임을 당해 방화되었으며 진실을 왜곡하는 아들의 모습을 목도하였으니까 말입니다.

도준이 생각한 죄책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백미러를 걷어차고 사람을 죽이고 엄마의 그릇된 범행을 옆에서 보았으면서 엄마의 침통을 바라보는 도준은 어리석고 미숙하다는 이유 만으로 치부되기에는 너무 위험한 심성을 지녔다.

고물상의 머리를 내리치면서 이리저리 피가 튀고 바닥에 흥건해진 피의 모습에 "나 어떡해 엄마..." 하면서 우는 장면에서 자기를 절대적으로 믿어주는 엄마가 필요했었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어린 아들과 동반자살 하려던 엄마에게 도준은 반드시 책임져야 할 대상이었다.

범인으로 몰린 종팔에게 "너 부모님은 계시니? 엄마 없어?"라는 장면은 소름 끼치는 전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 초반에도 갈대밭에서 오묘한 춤을 추는 혜자와 마지막에 버스에서 춤을 추는 혜자의 모습은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울분을 표현하는 춤사위 같다.

봉준호 감독의 명작이고 예술성 높은 영화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긴장감을 선사하며 적은 배우들로도 높은 수준의 연기력을 보여준 영화로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스크린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원빈 배우의 빈자리 사뭇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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