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전도연의 연기변신과 화려한 킬링타임용 액션물

넷플릭스에서 길복순이 3월 31일 공개되었습니다.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영화이고 킬러라는 주제를 담은 영화라고 들어서 얼마 전 일타강사 드라마에서 고3 엄마 역할을 한 전도연에서 킬러 전도연으로 연기 변신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야리야리한 몸매에서 과연 액션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든 것이 사실이죠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에 다닌다고 말하는 엠케이 소속 킬러 길복순은 맡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고야 마는 킬러이자 10대 딸을 둔 평범한 엄마 이기도 합니다. 첫 장면부터 강렬한데 야쿠자 오 다역으로 황정민이 출연합니다. 손쉽게 죽일 수 있음에도 딸에게 배운 정정당당함에 정당한 대결을 제안하는 주인공. 그리하여 도끼와 칼의 대결이 성사되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마트 문 닫을 시간이라 아쉬워하며 바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차민규 역을 연기하는 설경구 배우는 글로벌 살인청부 업체로 성장한 엠케이의 대표이고 엠케이의 이사로 있으면서 킬러 교육을 하고 있는 차민희 역의 이솜 배우는 차민규의 여동생입니다.

많은 청부살인 업체 중에서도 차민규가 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며 세운 원칙은 미성년은 죽이지 않는다, 회사의 작품만 한다, 회사에서 제안한 작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원칙으로 사업을 성공하고 그중의 전도연은 회사 A급 킬러로 받는 보수도 상당해 뭇 다른 킬러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됩니다.

어느 날 인턴 영지와 자살 위장 작품을 멋지게 꾸미려 하지만 비정한 아비가 자신의 앞날을 위해 아들을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되는 전도연. 하지만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번 케이스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킬러 커리어 처음으로 의도적으로 실패했음을 차민규에게 알리고 다른 그 누구도 이 일을 하지 말 것을 재계약 조건으로 삼습니다.

차민규의 동생 차민희는 이러한 전도연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 항상 업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환희성 (구교환 분)을 통해 길복순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하달받습니다. 동료 킬러들 역시 더 좋은 조건의 업계 1위 엠케이로 이직하기 위해 힘을 합쳐 길복순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고 살아남은 전도연은 복수를 하기 위해 엠케이 본사로 찾아갑니다.

누가 봐도 한국판 존윅입니다. 상당히 실력 있는 킬러. 업계에서 외톨이가 된 주인공과 결투하는 다른 킬러들의 설정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것뿐.

어쨌든 본사로 찾아간 전도연은 이 사달을 낸 차민희를 죽이고 피 묻은 펜으로 차민규에게 도전장을 내고... 학교에서 동성애 문제로 고민 중인 중3 딸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의미 있는 진전과 대화가 오가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기 시작합니다.

이제 남은 건 차민규와의 결판... 전도연은 작업 전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려가며 상대방의 허점과 자신의 필살기가 먹혀들 장면들을 연상하며 마치 바둑에서 10수 앞의 많은 경우의 수들을 생각하듯 경우의 수를 돌려 보지만 역시 차민규를 이길 확률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멘트와 그로 인한 흔들림을 간파한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하는 전도연...   하지만 차민규는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습니다. 죽어가는 차민규는 자신이 전도연을 죽이는 게 고통스러울지, 아님 전도연이 차민규를 죽이는 모습을 딸이 보게 하는 것이 고통스러울지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딸에게 만은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혹여나 알았을까 봐 전전긍긍하여 집으로 내달리는 전도연. 분명 딸은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차렸을 것이지만 엄마의 비밀을 지켜주는 의미에서 자다가 깨난 척 연기를 합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죠. 동성애로 퇴학 위기에 처한 자신의 모습이나 자신을 풍요롭게 살게 해 준 엄마의 비밀도 역시 있는 법이었죠. 이 영화는 이렇게 끝나는가 보다 싶게 자막이 흘러나오고 한참 지난 후....

쿠키 영상이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보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만한 시점에 나옵니다. 별 내용은 아니고요 학교에서 퇴학을 결정한 전도연의 딸이 친구와의 마지막 작별에서 귓속말로 " 너랑 키스를 할까 아님 죽일까 하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보다 떳떳하게 살고 싶은 자신의 결심과 의지를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합니다. 먼가 의미 있는 해석과 복선도 필요 없습니다. 화려한 액션과 적재적소의 CG는 곳곳에서 튀는 핏방울을 잘 표현하다 보니 킬링타임용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염려스러웠던 전도연의 연기변신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이 영화를 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