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때 중요한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재산분할입니다. 부부가 헤어지게 되면 각자 가져온 재산과 그동안 벌어온 재산을 합쳐서 나눠야 하는데요. 앞으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이 재산분할을 잘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갈등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재산분할과 관련해 각서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재산분할을 받지 않겠다는 재산분할 포기 각서를 미리 쓰는 건데요. 부부끼리 싸우다가 쓰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결혼 전에 미리 이혼하게 되면 재산분할을 포기하겠다는 식으로 각서를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부부 사이에서 미리 작성한 재산분할 각서가 효력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혼 전 미리 쓴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무효
최근 라디오에서 소개된 사연입니다. 결혼한 지는 35년, 별거한 지는 10년이 된 A씨는 남편과 별거를 시작할 때 이미 이혼하기로 얘기를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A씨 이혼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쉽게 시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A씨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며 살게 됐는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A씨도 여유가 생겨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재산분할을 가지고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A씨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느라 결혼 생활 중에도 일을 거의 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동안에는 A씨의 친정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줬습니다. A씨도 정직원으로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할 수 있는 한 조금씩 돈을 벌며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 B씨였습니다. 당시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은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A씨를 무시하고 생활비를 줄 때마다 기분 나쁘게 행동했습니다. 그러면서 B씨는 자신만 돈을 번다는 이유로 A씨에게 나중에 이혼하게 되면 재산 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했습니다.
A씨는 재산분할 포기 각서를 쓴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땐 이혼을 하게 될지 모르고 남편이 원하니 각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에 써준 것이었는데요. 실제 이혼을 해야할 상황에서 그 각서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A씨가 육아를 맡아 하면서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돈을 벌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각서 때문에 재산분할에 있어서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면 억울할 것 같은데요. 과연 이 각서는 유효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이혼 전 미리 쓴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A씨는 각서의 내용과 달리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혼 전 미리 쓴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효력이 없는 걸까요?
미리 쓴 것이라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은 필수적인데요. 이혼조차 하기 전에 결혼한 상태에서 재산분할을 해야 할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하지 않겠다며 쓴 포기 각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법원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그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혼이 성립하기도 전에, 즉 재산분할에 대한 권리가 발생하기도 전에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각서는 무효가 됩니다.
상속 전 미리 쓴 상속 포기 각서는 무효
법적으로 어떤 권리가 발생하기 전 그것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는 무효가 되는 건데요. 이것은 재산분할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닙니다. 이와 유사한 게 바로 상속 포기 각서입니다.
어떤 가족이 있습니다. 큰아들, 작은아들, 그리고 마지막 막내동생까지 세 형제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아파 입원하시자 큰아들이 동생들에게 말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기가 어차피 너희들을 다 챙겨주고 돌봐줄 것이니 미리 상속 포기 각서를 쓰라고 하는데요. 그 대신 지금부터 자신이 너희들의 생활을 책임져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큰형의 말을 믿고 상속 포기 각서를 작성한 두 동생들. 하지만 큰형은 처음 그 말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동생들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또 아픈 부모님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부모님의 재산을 쓰려고 하다가 동생들이 말려 그렇게 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동생들은 불안해졌습니다. 큰형만 믿고 상속 포기 각서를 썼는데, 큰형의 태도를 보니 자신들을 돌봐주기는커녕 나몰라라 할 것 같았습니다. 상속 포기 각서를 쓴 사실을 후회하게 됐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동생들이 쓴 상속 포기 각서는 유효할까요? 아닙니다. 법적으로 어떤 권리가 발생하기 전 그것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는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상속을 받기 위해서는 상속에 대한 권리가 발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상속은 부모님이 사망한 후에야 관련 권리가 발생합니다. 부모님이 사망해 상속에 대한 권리가 발생하기도 전에 상속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는 작성을 마쳤더라도 무효입니다.
이에 따라 동생들이 쓴 각서는 유효하지 않고, 이에 대해 이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혼 전 미리 쓴 재산분할 포기 각서와 마찬가지로 상속에 대한 권리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포기를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별거했다면 재산분할 시점 달라져
이혼 전 미리 쓴 재산분할 포기 각서는 무효라는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A씨는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따로 하면 되는데요. A씨가 그렇게 할 리는 없겠지만 원한다면 재산분할을 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혼을 할 때는 전체적으로 부부의 모든 재산을 고려해 이를 두고 재산분할을 하게 됩니다. 특정 채무, 특정 부동산이 아니라 결혼 기간과 그 전까지 모든 기간과 재산에 대해 변동 사항과 기여도 등을 따져 서로 재산을 나눕니다.
이들은 별거를 했기 때문에 이혼 시점이 아니라 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들이 별거를 한 이후에도 생활비를 보내주는 등의 교류가 있었던 게 아니라, 별거 후 서로 각자 따로 살며 금전적인 교류가 없었다면 별거를 기준으로 재산분할이 이뤄지는 것이 맞습니다.
별거를 시작한 시점에 있었던 재산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 산 부동산이나 다른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물론 별거 전 벌어 둔 돈으로 별거 후 재산을 얻은 것이라면 이는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B씨가 주로 돈을 벌었습니다. 이에 부부 공동의 재산 형성에 B씨가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결혼한 지는 35년, 별거한 지는 10년이 된 A씨 부부의 결혼 생활 가운데 B씨가 모든 재산을 다 형성한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A씨와 B씨의 기여도를 고려해 재산분할을 해야 합니다.
A씨가 가정주부라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지속하며 가사 일을 전담한 것에 대해 기여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 A씨 역시 아무 일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부 돈을 벌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재산분할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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