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감은 원작이 있었다. 2000년 현재의 유지태와 1979년 과거 김하늘이 주인공이었던 동감은 2022년 현재 조이현과 1999년 과거 여진구가 다를 뿐 과거의 동감 내용을 몰라도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1999년 한국대 기계학과 김용(여진구) 은 1학년 서한솔(김혜윤)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래서 친구에게 ham 무전기를 빌려온다. 한편 2022년 김무늬(조이현)는 인터뷰 과제를 위해 ham을 작동시킨다. 개기월식이 일어나던 날 시간을 넘어 기적처럼 연결된 김용과 김무늬는 각자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시간대에 있음을 모른 두 남녀는 장소와 시간을 정해 만나보기로 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 화가 날 법도 한데 ham으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서로 다른 일상을 이야기하다 자신들이 시간을 초월하여 대화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20년 이상의 간극이 있음에도 둘 사이의 사랑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법을 서로 배워가고 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지라 원작의 범위를 항상 고려하게 되는지라 이 영화는 제법 과소평가되기는 했다. 드라마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의 연결이라는 소재가 있어서 식상할 수는 있으나 두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 설레게 한다. 특히 ost에서 제작진은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은데 오래된 무전기로 연결된 두 사람의 교신 장면에서의 음악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작은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배경음악이었다.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임재범 특유의 목소리가 당시엔 엄청난 인기를 불러 모았다. 이 영화에서도 1990년대 후반 명곡들을 리메이크했는데 슬램덩크 주제곡인 박상민의 '너에게로 가는 길'을 엔플라잉이, 박혜경의 '고백'을 츄, 롤러코스터 '습관'을 미노이, 신형원의 '개똥벌레'를 이무진, 이예린의 '늘 지금처럼'을 VIVIZ 가 불렀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에서 반장 남라로 출연한 조이현이 이번 영화에서 김무늬 역을 맡았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 에서 침착하고 당돌한 역할이었다면 동감에서는 순진하고 풋풋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김혜윤이 맡은 서한솔은 생각보다 적극적인 스타일이 아니어서 아쉬운 부분이 남았다. JTBC 스카이 캐슬에서 보인 광적인 연기가 뇌리에 박혀 왠지 소극적인 김혜윤이 낯설기만 하다. 나인우 배우 역시 예능 1박 2일에서의 푼수끼 있는 모습과 다르게 바른 청년 모습으로 비주얼이 좋아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하다.
영화에서는 90년대 아이템들이 나와 추억을 되살리기에 좋은 계기가 됐다. 삐삐와 모토로라 핸드폰, 오락실 DDR과 예스러운 의상까지 옛날 감성을 모아 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현재 쓰는 압축된 용어와 90년대 사용 언어의 충돌도 재미있게 봤다. 우리가 쓰는 초등학생이란 말을 여진구는 알아듣지 못하고 있고 이불킥이란 말에 박장대소하는 모습은 재미있다. 90년대 채팅용어 방가방가라든지 하이루 같은 용어는 지금 들으면 먼가 촌스럽게 느껴지기 까지 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캠퍼스는 서울시립대, 강원대, 숭실대, 여주대, 단국대 캠퍼스에서 찍었다고 하니 시간 날 때 한 번쯤 순방해도 좋을 듯하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각자 시대에서의 사랑의 방식일 것이다. 고백할까 말까 망설이고 고민하는 청춘 남녀의 모습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사랑의 방식이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이게 되지만 운명적인 사랑은 따로 있는 것일까?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운명이라도 포기하는 것보단 실패를 경험해도 괜찮을 듯한데 영화에서는 도전하여 쟁취하는 것보다는 받아들이고 슬픔을 감내하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 현재에 와서 책을 출판한 늙어간 여진구와 풋풋한 조이현의 만남은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시대는 다르지만 사랑의 교감을 느낀 두 사람은 사랑보다는 사랑하는 방식에서의 교감이 분명 이루어졌을 것이다.
22년 비 오는 학생회관에서 비 맞을 서한솔을 위해 서한솔의 친구 나인우를 위해 노란 우산을 건네주는 여인구의 모습에서 세월을 넘나드는 사랑과 추억이 마무리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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