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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날씨를 이용한 제갈공명의 전쟁

by 단석비후 2024.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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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활 등을 주된 무기로 사용했던 과거에는, 날씨가 전투의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러 전쟁사를 살펴보면 날씨 정보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이러한 기상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장군이나 참모가 영웅으로 기록되고는 하였죠.

(왼쪽) 삼국지 전집, 출처=직접 촬영 / (오른쪽) 고대의 중국인, 출처=픽사베이

동양의 베스트 셀러로 평가받는 삼국지의 제갈공명도 뛰어난 날씨 전문가로 곧잘 거론되곤 하는데요. 제갈공명의 날씨 전쟁 3가지 사례를 통해, 전쟁에서 기상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갈공명(또는 제갈량)이 날씨를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얀 눈(雪)을 함정으로 이용하다”

그 유명한 출사표를 남긴 후 촉나라 30만 대군을 이끌고 북벌에 나선 공명은, 첫 전투에서 위나라 20만 병력을 가볍게 제압합니다. 이에 위나라는 서강(티베트인과 몽골인으로 이루어진 왕국)과 연합하여 촉에 맞서게 되는데요. 막강한 군사력의 서강은 제갈공명의 예하 부대 5만을 맹렬히 공격하여 궤멸시켜 버립니다.

눈, 출처=픽사베이

서강 군에 패배한 공명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다시 공격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서강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거세게 대항해 결국 촉나라 군대는 도망을 가게 됩니다. 그런데 맹렬히 추격하던 서강의 철갑 차 부대가 갑자기 땅 아래로 사라져 버리는데요. 공명이 미리 파놓은 땅속 함정으로 파묻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게 됩니다. 공명은 지반이 크게 갈라져 있는 지점을 대나무와 잡목 등으로 위장해, 하얀 눈이 내려 함정의 식별이 어려워질 때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바람(風)을 이용해 적을 궤멸시키다.”

위·촉·오 세 나라가 등장하는 적벽대전은 불(化)과 바람(風)의 전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조의 위나라 대군을 물릴 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공계와 남동풍밖에는 달리 뾰족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죠. 일단 오나라 주유의 거짓 항복으로 위나라 대군의 배를 묶어 놓은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남동풍이었습니다. 이때 촉의 공명이 신통력을 발휘해 약속된 날짜 동짓달 스무날에 바람을 일으켰고, 이를 이용한 오나라의 화공으로 위나라 군대의 배는 전멸합니다.

 

바람, 출처=픽사베이

중국은 동짓달에 시베리아 고기압이 무척 발달하고 북서풍이 몰아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당시 기록에는 처음에는 짙은 안개가, 며칠 뒤에는 남동풍이 불고 이후 비가 내려 기온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양쯔강 유역에 만들어진 이동성 고기압이 사라진 뒤, 화남으로부터 전선을 동반한 기압골이 지나가고 이전 시베리아 고기압이 다시 하강할 때 발생하는 매우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공명은 이런 날씨 변화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는 많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적벽에서는 동짓달을 앞뒤로 미꾸라지가 물 위에 넘쳐날 때 남동풍이 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압이 낮아지면 물 밖에서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해, 미꾸라지가 자연스레 수면 위아래로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천하의 공명도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전쟁에서 대패한 사례는 무엇이었을까요?


 

“소나기가 승부를 갈랐다.”

 

공명은 사마중달과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호로곡이라는 지형을 이용했습니다. 호로란 중국에서 표주박을 가리키는 말로, 지형의 생김새가 허리가 잘록한 술병을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한번 들어가면 나올 때도 그 들어간 길로 나와야 하죠. 출입구는 좁지만, 안이 넓어서 수비 하기가 쉽고 대병력을 주둔시키기에는 최상의 지형입니다. 반면에 적군이 이 함정에 빠지게 되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죠.

소나기, 출처=픽사베이

공명은 호로곡에 많은 유황과 염초를 쌓아두고 사마중달을 유혹했고, 사망중달 역시 호로곡에 공명의 본진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대군을 이끌고 진입해 들어갑니다. 이때 공명의 명령에 따라 대량의 불화살 등의 화공이 시작됐고, 호로곡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바뀌면서 사망중달 군대의 무덤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공명의 승리가 눈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소나기가 뿌렸고, 사망중달은 죽음에서 벗어나 탈출하게 됩니다.

보통 특정 지역의 공기가 태양열 등 여타의 이유로 인해 뜨거워지면, 그 열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구름으로 변합니다. 이때 공기의 습도가 높거나 불안정한 성질을 띨 경우, 구름은 순식간에 발달하게 됩니다. 천둥이나 번개, 맹렬한 소나기 등이 이런 원리에 따라 발생합니다. 특히 불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재나 연기는 비의 응결핵이 되고, 이는 소나기가 내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충족시킵니다. 이러한 기상원리를 공명이 알고 있었다면, 호로곡 지형의 전투 결말도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 전쟁에서도 기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현대전은 그 폐해의 정도가 과거와는 달리 광범위하고 막대하죠. 그래서 역사적 사례를 통해 기상정보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교훈을 통해 문제해결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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