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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홍합의 자연 접착제 성분 연구

by 단석비후 2024.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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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은 족사(足絲)라 부르는 질긴 섬유로부터 강한 접착력을 가진 물질을 분비하여 바위에 붙여두고 산다. 바위에서 홍합을 억지로 뜯어내면 접착 부분이 아니라 붙어 있던 바위 표면이 떨어져 나온다.

이렇게 강력한 따개비나 홍합의 접착제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의사는 바늘과 실을 쓰지 않고 찢어진 상처, 끊어진 혈관, 절단된 인대 부위를 잠깐 사이에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수중에 건설하는 구조물이나 건축물도 어떤 시멘트보다 단단하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이고, 금이 간 수도관, 가스관, 송유관도 접착제로 땜질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개도 훌륭한 접착제를 만드는 동물이다. 조개가 입을 다물면 칼을 사용하지 않고는 열 수 없다. 양쪽 껍데기를 여닫는 패각근(貝殼筋)이라는 질기고 강력한 조직 때문이다. 조개를 열려면 칼을 껍데기 틈새로 밀어 넣어 근육을 잘라야만 한다. 이 근육은 조개껍데기 안쪽에 접착해 있는데, 접촉 부분은 칼 따위로 석회 성분을 긁어내지 않는 한 분리되지 않는다. 조개가 패각근과 껍데기를 연결하는 데 쓰는 접착제의 화학적 성분은 많은 부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분을 안다고 해서 무엇이나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접착의 강도(强度)를 나타내는 단위로 Pa(파스칼)이 사용되고 있다. 1,000Pa는 1KPa, 1,000KPa는 1MPa(메가파스칼)이다. 1Pa의 접착력은 사방 1m 면적에 작용하는 힘을 톤(t)으로 나타낸다. 따개비의 접착력은 약 2MPa, 즉 1m2 면적에 2,000,000t을 접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연의 접착제는 따개비, 조개 같은 석회 동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만들고 있다.
* 어항의 유리 벽, 물속 바위, 수생식물의 표면에는 미세한 미생물과 조류(algae)들이 강력한 접착제를 분비하여 부착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빠른 물살에 떠내려갈 것이다.
* 거미는 거미줄에 먹이가 붙어버리는 접착제를 생산한다.
* 연어가 산란한 알은 순식간에 유속이 빠른 물속의 바위에 붙어버린다.
* 계곡의 물속 바위에 모래와 지푸라기 등을 접착하여 대롱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강도래 같은 수생 곤충도 급류를 이기는 접착제를 만들고 있다.
* 포유동물의 피부에 붙어 피를 빠는 진드기도 강력한 접착제를 분비하여 붙어 있다.
* 많은 하등동물들이 강한 점액성 물질을 내어 먹이를 사냥한다.
* 미역과 같은 바다의 해조(海藻)는 파도 속에서 가근(假根)을 바위에 접착하고 있다.


접착제를 분비하는 생명체가 매우 많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일부일 뿐이다. 생명체 종류에 따라 그들이 생산하는 접착제의 화학성분도 다르다. 자연 접착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다수가 알려져 있으며, 상당한 성공도 하고 있다. 자연 접착제에 대한 모방공학은 산업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접착제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까지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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