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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군 특전식단과 전투식량의 유래

by 단석비후 2024.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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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식량은 말 그대로 특전사령부, 특공대 등 특수작전 인원을 위해 1994년 개발됐다. 땅을 파고 만든 비트에 몸을 숨기고 매복한 상태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압착 건식의 과자 형태다. 데우지 않고 바로 취식할 수 있다. 에너지바를 생각하면 된다.

위장 비트에 매복 중인 특전사 대원. 특전식량은 이런 상황에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중앙포토

 

제조사에 따르면 칼로리가 1000㎉다. 즉각취식형 전투식량(1100㎉)보다 적지만, 무게가 가볍다. 특전식량(240g)이 즉각취식형 전투식량(580g)의 절반도 안 된다. 보관 기간은 2년이며, 가격은 개당 4600원이다.

한국군 특전식량. 김성룡 기자

 

특전식량은 모두 세 종류다.

한국군 특전식량 언박싱

한국군 특전식량 1식단. 김성룡 기자

 

한국군 특전식량 2식단. 김성룡 기자

 

한국군 특전식량 3식단. 김성룡 기자

 

1식단 = 개선미반압착식 + 과자분말압착식 + 아몬드강정 + 초코바 + 조미취치포 + 땅콩크림 + 이온음료

2식단 = 고열량압착식 + 팥분말압착식 + 땅콩강정 + 초코바 + 햄 + 땅콩크림 + 이온음료

3식단 = 개선미반압착식 + 빵분말압착식 + 참깨강정 + 초코바 + 소시지 + 땅콩크림 + 이온음료

 

휴대의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한 전투식량이다. 부피도 작고, 무게도 가벼웠다. 간소하지만 쌀밥과 분식, 간식, 부식이 다 들어 있는 구성이다. 간식의 하나인 초코바, 발라 먹을 수 있는 땅콩크림과 물에 타 먹는 이온음료는 공통이다.

전역 장병들 얘기론 특전식량을 ‘벽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실제로 벽돌처럼 생겼다. 내용물을 예쁘게 담아봤다. 참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한국군 전투식량을 예쁘게 접시 위에 담아봤다. 먹음직스럽지 않은가. 장식으로 올린 K2C1은 모형총기다. 김성룡 기자

 

인터넷을 찾아보니 특전식량은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라 별다른 맛을 느끼기 힘들다는 의미란다.

비닐 포장을 뜯어 냄새를 맡아보니 미숫가루와 비슷했다. 골고루 시식했다. 한입 베어 물었더니 왜 벽돌이라고 불렀는지 알겠다. 전반적으로 무미(無味)였다. 식감은 약간 텁텁했고, 간은 살짝 짠 것도 있었다. 4분의 1 크기로 부러뜨린 뒤 보니 손가락에 기름이 묻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를 안 했더니 의외로 먹을 만했다. 김민수 대표는 “골프장에 가져가 라운드 중간중간 베어 물면 괜찮겠다”고 평가했다. 물론 김민수 대표와 기자의 입맛이다. 의견의 차이는 존중한다.

야전에선 특전식량을 반합에 넣고 숟가락으로 잘게 부순 뒤 뜨거운 물에 불려 먹는다고 한다.
부식인 햄과 소시지는 그저 그랬다. 가공식품 특유의 향이 심한 탓이다. 쥐치포는 괜찮았다.

김민수 대표(왼쪽)와 기자가 경기도 파주의 한 카페에서 한국군 특전식량을 시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리고 강정과 초코바는 훌륭했다. 김민수 대표는 “개인적으로 초코바는 미군 전투식량 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했다. 소영민 전 특전사령관은 “한번 작전을 나가면 체력 소모가 크다 보니 단 게 당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코바가 장병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다 맛을 보느라 조금씩 먹었는데도 배가 불렀다. 압착한 특전식량이 배 속에서 다시 부풀어오른 모양이다.

땅콩크림은 기름지고 짰다. 굳이 특전식량에 넣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개인적 의견이다.

이온음료는 땀을 많이 흘린 뒤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려는 목적으로 특전식량에 포함됐다. 시중에서 파는 스포츠 음료와 다른 종류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마시면 술술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김민수 대표(왼쪽)와 기자가 경기도 파주의 한 카페에서 한국군 특전식량을 시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특전식량은 세간의 인식과 달리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일부는 입맛에 안 맞았다. 기능성 위주로 특전식량을 개발하다 보니 맛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추정이 든다. 특전식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국방부는 2022년 신형 전투식량을 내놨다. ‘L형 특수식량’이라고 불리는 신형 전투식량은 현재 시험평가를 끝냈고, 4월부터 야전에 보급할 계획이다.

지금의 전투식량은 메뉴가 단순하고 구성이 중복된다는 의견이 많아 식단을 34개로 늘렸다. 주식은 34종, 부식은 62종, 후식은 16종이다.

물 없이 발열체로 가열하는 함수형은 12개 식단, 물을 넣어 발열체로 가열하는 재수화형은 12개 식단이다. 특전식량도 10개 식단이다.

가급적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했고, 함수형의 경우 지금보다 무게와 부피도 줄였다. 다만 재수화형은 발열체를 넣느라, 특전식량은 식감을 개선하느라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무거워지고 커졌다.

가격은 각각 함수형·재수화형이 1만761원, 특전식량이 7553원이다. 유통기한은 3년, 열량은 1100㎉ 이상이다. 지금보다 고열량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L형 특수식량을 입수하는 대로 시식할 예정이다. ‘전투식량을 부탁해’ 시즌 2를 여기서 예고한다.

자, 다음 회에선 외국군 전투식량에 도전한다.

아이젠하워가 칭찬한 궁극의 전투식량

‘전쟁 중 다른 수백만 장병과 함께 먹었다. 고백하자면 때론 불평도 했다. 당시 전쟁의 압박감 때문이었으니 이해해 달라.’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병사가 스팸을 먹고 있다. 미 국립 문서 보관소

 

제2차 세계대전의 유럽전선 연합군 총사령관이자 미국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1966년 미국 식품회사인 호멜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가 먹고 불평했던 음식은 스팸이다. 호멜이 1936년 개발한 조미 햄 통조림의 상표다.

스팸은 처음부터 군대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창립자 조지 호멜의 아들인 제이 호멜은 병참장교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제이 호멜은 전선까지 고기를 보내는 과정이 번거롭고 오래 걸리는 걸 목격했다. 종전 후 호멜의 경영을 맡게 된 그는 돼지 어깨살과 발골 후 남은 지방을 버리는 게 너무 아까웠다. 어깨살과 지방에 간을 해 통조림으로 만든 게 스팸이었다.

1936년 호멜사가 처음 내놓은 조미 햄 통조림. 다음 해인 1937년 스팸으로 이름이 바뀐다. 위키피디아

영문 대문자로 쓴 SPAM은 공모로 나온 이름인데, 그 뜻에 대해선 호멜은 비밀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나 ‘Spiced Ham(조미한 햄)’ ‘Shoulder of Pork and Ham(돼지 어깨살과 햄)’의 약자라는 게 정설이다.

스팸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전 세계적 음식이 됐다. 스팸은 바로 미군의 전투식량으로 채택됐다. 값싸고, 그럭저럭 먹을 만하면서도, 고단백ㆍ고지방ㆍ고열량이며,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 궁극의 전투식량으로 대접받았다. 미 육군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7만5000t의 스팸을 주문했다. 미국이 스팸심으로 전쟁에서 이겼다는 평가가 있다.

짜고 기름져 매일 삼시세끼 스팸을 먹는다는 게 고역이었다. 한 미군 병사가 편지에서 “여기 음식은 괜찮은데 어떤 의미로는 죽을 맛이다.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스팸만은 보내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스팸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했다. 참호 안에 물이 차오르면 남아도는 스팸 통조림을 밑에 깔아 발판으로 썼다.

스팸은 우방국에 보내는 랜드리스 물자였다. 먹을 게 궁하던 시절 스팸 덕분에 많은 사람이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수 있었다.

미군이 가는 곳엔 언제나 스팸이 따라갔다. 그래서 미군이 주둔했거나 주둔지였던 곳에서 스팸을 이용한 요리법이 발견된다.

부대찌개. 스팸과 소시지, 베이컨, 베이크드빈 등이 재료다. 위키피디아

 

한국의 부대찌개가 대표적이다. 영어로 ‘Army Stew’라고 번역되는 부대찌개의 시작은 6·25 전쟁 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식쓰레기를 모아 끓인 ‘꿀꿀이죽’이라는 설이 있다. 최근 미군 부대에서 불법적으로 흘러나온 통조림을 재료로 만들었다는 설도 나온다. 분명한 사실은 부대찌개의 기원이 미군 부대와 관련 있으며, 스팸은 부대찌개의 주요 재료 중 하나라는 점이다. 또 스팸을 김밥의 속재료로 쓴다.

스팸 무스비. 하와이의 대표적 점심 메뉴다. 하와이는 미국에서 스팸 소비량이 가장 많은 주다. 위키피디아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는 스팸 주먹밥인 스팸 무스비가 유명하다. 미국에서 스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주다. 영국과 필리핀 등에도 스팸으로 만든 요리가 있다.

스팸은 요리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진출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 목적으로 무차별적으로 발송하는 이메일을 ‘스팸메일’이라고 한다. 어디에나 있는(ubiquitous), 피할 수 없는(unavoidable), 반복적(repetitive)이라는 특성이 스팸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고로 세계 최초 스팸메일은 1978년 컴퓨터 제조사인 DEC의 마케팅 담당자 게리 석이 600명에게 보낸 행사 홍보물이다. 인터넷 상용화 이전이었던 당시 600명은 상당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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